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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피아 개발일지 #28 - 신단과 지도자 기술

Cassel
2024-07-01
조회수 702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6월은 새로운 침략, 신규 던전, 전쟁 시스템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한 달이었는데요.

업데이트 직후로는 유저분들이 제보해 주신 버그들을 수정함과 동시에,

남는 시간들을 활용하여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리한 피드백 중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로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를 좀 더 확장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는데요.

아직 속국과 외교 관련 시스템들에 대한 후속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기에 빠르게 개발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전부터 지도자의 기술 시스템을 추가 개발하고 있던 게 있어,

이번 개발일지를 통해 소개 드리며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도자 기술


플레이어 캐릭터로 특별히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지 않다는 의견은 출시 전부터 수집되어 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플레이어 캐릭터가 도시 운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과 작업에 치중된 단순한 반복 행동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게 지도자 기술을 기획하였는데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지도자 기술을 통해 도시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함으로서,

진행이 막히거나 답답한 상황이 도래했을 때 이를 풀어내는 통쾌함도 느끼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자연스럽게 게임 속에 녹아내리게 하기 위해, 토테미즘적인 요소를 차용해 보았습니다.

한때 인류가 그러했던 것처럼, 쥐들도 다른 동물들을 숭배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진 않다 생각했지요.

어떤 동물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은, 일단 동아시아에서 익숙한 십이지를 활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익숙한 동물들이니만큼 연관된 효과들의 기획 및 학습이 손쉬울 것 같았고,

지도자가 호랑이 흉내를 내어 적들을 쫓아내거나, 말 흉내를 내면서 빠르게 달리는 등

동물의 행동을 따라 하며 기술을 사용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귀여웠기 때문이지요.



컨셉을 생각해 보았으니, 기술을 익히는 방식 역시 고민해 보아야 했는데요.

처음에는 도시에 거대한 신전을 건설한 뒤 숭배할 동물을 선택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기에 동시에 숭배할 수 있는 동물을 1종류로 제한하여 여러 기술들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처음 숭배할 동물을 선택하거나, 이후 변경할 경우 공물(피아)을 바치게 하여,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쌓여가는 피아의 소모처로 작용하는 것 역시 고려하였습니다.


신전의 연구트리를 활용한 초기 기술 습득 화면


그러나 위 방식은 곧 개별 동물의 신단을 건설하여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는데요.

이는 도시에 여러 신단들이 건설되게 하여 플레이어가 각 신단별 최적의 건설 위치를 고민하게 만듦과 동시에,

지금 활성화된 신단에 불이 켜지는 등 이펙트를 추가하여 시각적으로 강조시켜줄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단들 간 건설 단계를 나누어 게임 내 등장 시기 및 진입장벽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요.


가장 낮은 단계인 쥐 신단의 제작 과정


거대한 신전 하나 대신 열두 개의 개별 신단들을 제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다 보니 작업량이 늘어났고,

하루하루 중요한 작업들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12종의 신단 작업을 한 번에 작업하기에는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시간 날 때 틈틈이 기획과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었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12종의 신단의 작업을 마칠 수 있었지요.


과연 어떤 동물이 가장 많이 숭배될지 기대되네요!




기술 사용


이미 쥐, 소, 개가 선행 구현되어 있었던 만큼 일부 플레이어분들에게는 익숙한 기능이겠지만,

플레이어가 신단을 활성화시킬 경우 화면 좌측 하단 HUD에는 새로운 버튼이 나타나는데요.

플레이어는 이 기술 버튼을 꾹 눌러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플레이어가 기술 버튼을 일정 시간 동안 누르고 있을수록 효과가 증대되거나,

누르고 있는 동안만 지속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사용 위치와 사용 시간(기회비용)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듦과 동시에,

기술 연출을 감상하며 다음 행동에 대해 잠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누르고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강력해질 수 있는 만큼 플레이어의 기술 의존도도 같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기술 의존도가 너무 높아질 경우 플레이어가 주기적으로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자칫 플레이어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에는 정말 긴 재사용 대기 시간을 설정하여 기술 사용 주기를 대폭 늘려보고자 하였죠.



번외로 기술의 재사용 대기 중인 경우 남은 시간을 어떻게 표시할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요.

이는 <래토피아>가 게임 내에 자체적인 시간 개념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재사용 대기 시간의 타이머를 <래토피아> 시간인 ‘06:00’으로 표시해 줘야 할지,

현실 시간인 ‘72초’로 표시해 주는 게 좋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화면 하단에 배치해본 기술 사용 버튼의 변천사, 아직까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긴 토론 끝에 게임 내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UI를 제거할 것이 아니라면,

재사용 대기 시간은 게임 내 시간으로 표시해서 게임 내 시간 개념을 통일화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비록 작은 기능일지라도 어떤 것이 플레이어에게 좋을지 심도 있게 고민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기술 사용 효과


기술 사용할 시 나타나는 효과들은 도시 운영에 도움이 되는 효과를 가지도록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도시 건설 게임인 만큼 기술이 플레이어 캐릭터를 위한 효과보다는 시민과 도시가 중심이 되게 만들고자 하였죠.

그러나 효과가 적용되는 것을 화면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카메라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자 주변으로 사용 효과가 나타나게 제한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몇 가지 초기 기술 아이디어들을 통해 기술의 방향성을 정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던 초기 기술 아이디어들>

주변 군계에 해당하는 식물이 자라납니다.

주변 시민들의 미납세금을 모두 징수합니다.

주변 시민들의 이동속도와 능력치를 증가시킵니다.

주변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줘서 행복도를 증가시킵니다.

주변 위치에 시민들이 순간이동할 수 있는 땅굴을 생성합니다.

주변 시민들이 지도자를 따라다닙니다.

주변 시민들이 잠시 동안 죽지 않습니다.

주변 시민들을 잠들게 합니다.

주변 시민들을 즉시 잠에서 깨웁니다.



초기에는 위와 같이 효과에 집중한 아이디어들을 떠올려 보았으나,

십이지의 컨셉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각 동물들의 특징에 어울리는 효과를 위주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각 신단의 효과는 도시의 중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전담할 수 있게 특징을 정해 주었는데요.

가령 원숭이는 도시 시민들의 재미 부족을 해결해 주고, 돼지는 기근 속의 도시가 생존할 수 있게 만들면,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도 어떤 신단의 힘을 사용할지 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쥐 - 경제

소 - 작업

호랑이 - 공격

토끼 - 채집

용 - ???

뱀 - 회복

말 - 이동속도

양 - 경험치

원숭이 - 재미

닭 - 기력

개 - 방어

돼지 - 음식


그런데 십이지의 특징 중 용의 효과를 결정하고 구현하기가 많이 어려웠는데요.

전설 속 동물인 용 답게 새롭고 강력한 효과를 넣어주고 싶었으나,

강력한 효과를 뒷받침해 줄 시스템들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 소요가 너무 커지겠더군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기존 효과들을 응용할 수 있는 특징을 배정했는데, 용의 위신에 안 맞게 너무 가벼워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용이 너무 부끄러워하고 있어서, 어떤 효과인지는 업데이트까지 비밀로 하도록 할게요.

(과연 용 신단의 효과를 맞추실 수 있는 분이 계실까요?)




고유 지속 효과


기술에 매우 긴 재사용 대기시간을 적용하고 나니,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는데요.

기술을 사용한 직후에는 재사용 대기시간 동안 신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효과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신으로 갈아타가며 번갈아 기술을 쓰는 것이 유도되는 것이었죠.

물론 변경할 때마다 소정의 비용이 소모되긴 하지만,

신들을 빈번하게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운영 방향에 맞는 신단 효과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도시에 적용되는 지속 효과들을 추가해 보았는데요.

강력한 지속효과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효과를 발휘하는 신단을 자주 변경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매 판마다 선택한 신단에 따라 도시의 설계 및 운영 방향이 조금이나마 변화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신단들의 지속 효과들을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얼리엑세스 전에는 쥐, 개, 소 3종의 효과 정도만 미리 구현해 볼 수 있었는데요.

한 유저분의 쥐 신단의 효과를 응용한 공략법이 올라오기도 하자 몹시 만족스러웠죠.


쥐 신단을 활성화하면 지도자와 부딪히는 시민들은 자동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




기술 연출


기술의 효과가 구현이 가능한 것인지, 검토하고 구현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지만,

기술을 어떤 연출로 보여줄 것인지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컨셉 설정 단계에서 제시된 지도자가 동물의 흉내를 내며 기술을 발동되는 아이디어는,

애니메이션 제작과 표현에 한계가 있어서 적용이 어려워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지요.


고민 끝에 동물 신의 얼굴 이펙트가 지도자 캐릭터 머리 위에 나타나게 하고,

지도자는 기술 효과와 어울리는 동작 애니메이션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해결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막상 동물의 얼굴이 나오게 해보았지만 캐릭터의 동작을 보느라 이펙트가 나온 줄도 모르겠더군요.


어이어이 귀여워서 이펙트가 눈에 안들어오면 어쩌자는 거냐고wwwwwww



연출 작업에 필요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사용할 때 효과 범위에 대한 표시와 효과를 받았을 때의 이펙트들도 작업이 필요하였고,

기술에 사용에 따른 효과음들도 버튼을 눌렀을 때, 누르고 있을 때, 버튼에서 손을 뗄 때 종류 별로 필요하였습니다.

또한 십이지인 만큼 사용할 때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게 만들고 싶었지요.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개발하기 까다롭게 기술을 기획한 것 같습니다.




기술 효과 설명


기술을 만드는 것보다 플레이어에게 이를 정확히 설명하는 게 더욱 힘들었는데요.

특히 플레이어가 기술 사용 시 버튼을 누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하기 쉽지 않았고,

부수적인 효과들도 설명하다 보면 설명 글이 구구절절 길어졌습니다.


수차례 텍스트 수정을 해보았지만 글이 길어질 수록 가독성은 떨어지게 되었고,

출력되는 공간에 제약도 있다보니 크게 개선시키기가 어려웠는데요.

짧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욕심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정확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간결하게 바꿔보려고 합니다.


설명을 바꿀 때마다 번역가분들에게는 죄송하네요


축약해서 설명을 한 만큼 유저분들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변경 후에도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하면서 추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도자 기술에 대한 작업은 너무 오랜 기간 듬성듬성 작업해서 그런지 개발일지로 정리하기 쉽지가 않았는데요.

지도자 기술 외에도 음식을 통해 지도자가 잠시 동안 강해지는 시스템과 지도자의 장비들을 강화하는 시스템 등

플레이어 캐릭터로 수행할 수 있는 컨텐츠들에 대한 추가를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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