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토피아 개발일지 #8 - 욕구와 계층

Cassel
2022-11-01
조회수 1406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재미있는 게임들의 출시 소식이 끊이질 않네요!

게다가 올해 12월에는 버닝비버라는 인디 게임 행사가 첫 개최되는데요.

전시에 대한 지원이 빵빵해 저희도 신청을 해보았습니다.

BIC에 이어 멋진 인디 게임 행사로 자리 잡아 나아갈 수 있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민의 욕구

지난 개발일지에서 <래토피아>의 생산 체인에 관해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생산 시설에서 생산된 자원들은 도시 내 여러 방식으로 소비됩니다.

일부는 시민들의 생활을 위해, 일부는 시설들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료로,

일부는 다른 도시에 판매하여 국고를 늘리기 위해 소비되지요.

<래토피아>만의 특징으로 부각시키고자 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소비 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개인 자산을 부여한 점입니다.


시민의 상태창에 표시되는 소지금


시민들은 허기, 재미, 위생, 생필품 등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할 때 금화를 지불합니다.

소지금이 없거나, 욕구를 충족해 줄 자원 및 시설을 찾지 못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시민들은

서서히 행복도가 감소하며, 정도가 지나칠 시 반란을 일으키거나 도시를 떠나게 됩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골고루 금화를 벌 수 있게 관리하고,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요소들을 도시에 공급하는 것이 지도자인 플레이어의 주요 역할이지요.


처음에는 시민이 허기와 피로, 2개의 욕구만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재미, 위생, 생필품과 같이 삶의 질과 관련된 욕구들이 점차 추가되었습니다.

허기나 생필품 욕구는 도시에 저장된 식량과 생필품 자원을 시민이 직접 구매해 채울 수 있지만,

재미나 위생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서비스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시민이 필요하지요.

또한 일부 서비스 시설은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료도 공급해 줘야 하는 등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시민들이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소비처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고,

이를 위해 수많은 건조물과 직업들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시민들이 욕구 충족을 위해 더욱 활발하게 돌아다니게 되었지요.


욕구 충족을 위한 각종 시설들


그러나 활발히 돌아다니는 시민들의 욕구 상태를 쉽게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시민이 반란을 일으킨 다음에서야 어떤 욕구가 부족했는지 알 수 있다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시민은 플레이어가 직접 진압을 해야 했기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고,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간단한 개선안으로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생각 풍선을 표시하여,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시민의 부족한 욕구를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또한 추후에 욕구가 결핍된 시민에게 애니메이션까지 넣어주면 눈에 잘 띌 것 같았죠.


양변기 없이는 못 사는 쥐들


그러나 시민들이 항상 플레이어의 화면 속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기에,

화면 밖에 숨어있는 시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웠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욕구에 대한 알람을 화면에 좌측에 표시되게 하여,

플레이어가 보다 명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UI를 추가해 보았죠.


초기 욕구 결핍 알람 테스트


처음에는 욕구가 부족한 시민의 이름을 표시하였는데요.

이는 어떤 시민에게 문제가 발생할지, 혹은 누가 반란을 일으킬지 감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알람을 누르면 해당 시민의 위치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CCTV 기능도 만들었었죠.


그러나 시민이 많아질수록 여러 시민에 대한 알람이 우후죽순 표시되는 단점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시민 개개인보다는 도시 내 욕구가 결핍된 시민의 전체수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는데,

좀 더 도시를 관리하는 지도자의 관점에 적합하게 적용된 것 같습니다.




시민 계층

도시 내 부족한 욕구들은 관련 시설을 건설하여 쉽게 해결하면 될 듯 보이지만,

욕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은 돈을 쓰는 소비활동이며,

이 소비활동에는 시민이 가진 자산이 얽혀있기 때문에 좀 더 신경 써줄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이 낮은 시민이 너무 비싼 상품과 서비스로 사치를 즐기다 보면 서서히 가난해지며,

자칫하면 생산해야 할 자원의 재료를 구매할 자산도 없을 정도로 파산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많은 돈을 한번에 사용하는 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시 어느 정도는 이점이 생기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급 상품과 고급 서비스들은 한 번에 욕구가 크게 채워지게 설정하였죠.

이를 통해 높은 계층의 시민들이 욕구를 채우러 돌아다녀야 할 주기가 단축되고,

남은 시간에 다른 소득 활동을 할 수 있어 시민 효율과 자산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기본 소득이 받쳐줘야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낮은 소득을 가진 시민이 남는 시간이 많아봐야 벌 수 있는 금화에는 한계가 있었죠.

따라서 시민들의 분기 소득에 따라 빈곤층/중산층/상류층으로 계층을 나누고,

자격이 되는 시민들만 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분류를 하고자 하였습니다.


계층별 기본 복장과 아이콘 컨셉


그러나 분기 소득에 따른 계층 이동 시스템은 구현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매일매일 작은 일당을 벌어서 모으는 시민이 있는 반면,

오랜 기간 작업 후에 한 번에 큰돈을 버는 농부 같은 시민과,

채집/건설 등의 작업을 안 내려주면 소득이 없는 무직 시민도 존재하였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분기 소득을 산출하는 방법은 여러 계산과 테스트 시간이 꽤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반면에 현재 보유 자산에 따라 계층이 변경되게 하는 것은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소득 기준이든 자산 기준이든 둘 다 ‘돈을 많이 벌어 계층이 상승한다’라는 맥락은 공유했기 때문에,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변경되게 임시 구현하여 빠르게 계층 관련 콘텐츠들을 테스트하기로 하였죠.



상위 계층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


그러나 테스트를 해 보았을 때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계층이 변경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열심히 소비 활동을 하면서도 자산이 남아 계층이 상승한 게 아니라,

여가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일에 치여 반강제로 저축을 하게 된 시민 계층이 발생하였고,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계층이 다시 낮아지는 문제가 비일비재하였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필품 자원을 계층 이동의 조건으로 추가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기존에 생필품은 허기, 재미, 위생보다 더 낮은 우선순위를 지닌 욕구로 기획되었었는데요.

앞의 세 욕구가 충족된 시민이 추가적인 만족을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시민이 충분한 소득을 번 뒤에,

소비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조건으로써 활용하기 좋은 수단이라 생각하였죠.


다양한 종류의 생필품들


이를 위해 각 생필품 별로 “생필품 만족도” 수치를 부여하였고,

시민이 일정 수치 이상의 생필품 만족도를 충족한 상태로 자산 기준을 초과하면,

다음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계층 이동 조건을 변경해 보았습니다.


기본 생필품: 만족도 10 제공

고급 생필품: 만족도 18 제공

최고급 생필품:  만족도 26 제공

빈곤층 → 중산층 조건: 생필품 만족도 20 이상, 소지금 500 이상

중산층 → 상류층 조건: 생필품 만족도 46 이상, 소지금 3000 이상


공급한 생필품 종류에 따라 게이지바에 채워지는 색상이 달라집니다.


이를 통해 계층이 변화하는 기준은 좀 더 까다로워졌지만,

플레이어가 생필품 공급 시설을 도시에 언제 건설하는지에 따라

시민들의 계층 이동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돈을 못써서 계층이 이동되는 시민들도 걸러지고,

보다 적합한 자격의 시민이 상류층으로 올라갈 확률이 확연히 증가하였죠.


하지만 아직도 이익이 적은 시설에 배치된 시민들은 영원히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부가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고민해 보았죠.



그중 시민이 성장하여 작업 효율이 증가되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럽고 활용하기 좋아 보였는데요.

이는 다음 개발일지에서 시민의 능력치와 성장 시스템에 대해 이어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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