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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피아 개발일지 #30 - 교역소와 이정표 시스템

Cassel
2024-09-01
조회수 551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제작 중인 카셀입니다.

어느덧 9월이 다가왔네요.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급하게 컨텐츠들을 개발하다 보니, 유저분들이 제공해주신 좋은 아이디어들을 추가할 시간이 부족했는데요.

그래서 이번 8월 동안에는 유저분들이 제안해 주셨던 기능들을 개발하는 작업을 위주로 진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귀여운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신 mamegatana님


어떤 작업을 진행할지 제안해주신 의견들을 정리해 보면서 정말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는데요.

이를 어떻게 게임에 구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팀 내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곤 했습니다.

이번 일지에서는 그중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교역소와 번영도 보상 시스템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역소


교역소는 게임 초반에 불필요한 자원을 판매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해결하고,

특정 자원을 찾지 못해 게임 진행이 막히는 상황들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건조물입니다.

예전부터 많은 유저분들이 특정 자원 획득 난이도와 초반 거래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주셨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탐험 및 무역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왔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서는 이 시스템들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플레이어가 초반부터 방랑 상인과 거래할 수 있는 교역소를 추가하여,

외교와 무역 단계로 넘어가기 전 교역소가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였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역소의 거래 방식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이 시스템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는 많은 고민거리가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 고민거리는 교역소에서 구매 가능한 자원의 범위였는데요.

오랜 기간 개발을 하다 보니 <래토피아>에는 어느덧 150종이 넘는 자원이 등장하고 있었고,

매 판마다 지형이 변하는 구조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떤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자원을 교역소에서 구매 가능하게 하자니 자원의 채집이나 생산의 필요성이 떨어질 것 같았고,

일부 자원만 구매 가능하게 하자니 문제 시 되었던 특정 자원의 획득 난이도는 크게 감소되지 않을 것 같았죠.



이 많은 자원들을 다 교역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물류 혁신이 아닌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역소로 상인이 가져오는 자원의 종류를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먼저 상인의 종류를 음식 상인, 채집물 상인 등으로 나눈 뒤 1일 주기로 번갈아가며 등장하게 만들고,

각 상인들은 이름에 걸맞은 특정 분류의 물품만 거래할 수 있도록 쪼개보았습니다.


상인의 물품을 나눴음에도 채집물이나 가공품의 경우 30종이 넘는 가짓수를 가지고 있다 보니,

여전히 후반부 건조물인 무역소에 비해 너무 큰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균형을 위해 상인이 가져오는 자원의 종류는 최대 8종으로 제한하고,

상인이 방문할 때마다 가져오는 자원의 종류 또한 무작위로 변경되게 만들 필요가 있었죠.

이로써 계획적인 거래는 무역소를 통해, 즉흥적인 거래는 교역소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다만 교역소에 무작위성이 추가되면서 이로 인해 불편함이 발생하였는데,

바로 플레이어가 상인이 가져온 자원을 확인하려면 교역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방랑 상인과 거래 가능한 자원들을 안내 메시지로 알려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으나,

어떤 상인이 도착했는지, 어떤 자원을 가져왔는지 알림 메시지로 매일 표시해 주기에는,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알림 메시지의 종류가 너무 많아진다는 우려가 있었죠.


그래서 교역소 건조물에 어떠한 자원들이 판매되고 있는지를 표시되게 해보려고 했는데요,

교역소에 등장하는 상인의 모습이나 문양을 통해 현재 어떤 분류의 상인이 도착했는지를 알려주고,

자원의 아이콘이 그려진 상자들을 건조물에 배치해 멀리서도 어떤 물품을 판매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기로 하였죠.

이로 인해 교역소까지 헛걸음하는 상황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상자의 크기가 작아 멀리서도 잘 보일지는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방문한 상인에 따라 주변 장식들이 변화하는 디테일도 챙겨보았습니다 




두 번째 고민거리는 거래 방식을 어떻게 할지였습니다.

초기에는 교역소에서 피아(돈)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피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교역소가 피아를 생성해낼 수 있는 건조물로 자리 잡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피아로 거래가 가능하면 매번 재생성 되는 무한 자원들을 피아로 바꾸는 플레이가 반복될 것이라고 보았죠.

그래서 자원들끼리만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되게 만들어서,

플레이어가 불필요한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건조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조폐소나 무역소를 건설하기 전까지는 피아를 확보하기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교역소 의견을 주신 유저분들께서는 교역소를 통해 피아를 얻는 것을 희망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교역소를 통해서도 피아를 얻을 수는 있게 하되,

상인으로부터 획득 가능한 피아의 양은 너무 크지 않게 설정해 테스트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상인의 자원을 구매할수록 상인의 소지 피아가 늘어나게 만들면,

원래 원하였던 물물교환이 장려되는 구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면 좋을지 만들어본 다양한 UI 시안들 



또한 물물교환 방식을 원활히 구현하기에는 UI 구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물교환의 경우, 상대 및 플레이어가 소지한 물품과 서로 거래할 품목 등이 화면상에 모두 표시되어야 원활한 이용이 가능한데요,

기존 UI를 응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한 번에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되고, 조작 방식도 불편했죠.

전체적인 UI를 새로 제작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새로운 UI 제작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개발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피아로 거래한다면 구매와 판매 화면을 나눠 기존 UI를 응용해 빠르게 테스트 해 볼 수 있었지요.

비록 약간 불편하기는 하였으나, 기능적으로 문제는 없었기에 물물교환 방식은 보류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지막 고민거리는 교역을 통해 연구 포인트를 얻기가 너무 쉬워지는 현상이었습니다.

<래토피아>에서는 자원을 처음 획득할 떄 연구 포인트를 얻게 되어있는데요,

어느정도 완성된 교역소를 테스트 해 보니, 자원을 공들여 찾거나 생산하는 것 보다,

교역소에서 물품을 하나씩 구매하여 훨씬 쉽게 연구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본래 이 시스템은 연구 포인트가 생성되는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이 손 놓고 있지 않도록,

도시를 떠나 새 자원을 채집하고 생산해 보도록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요.

그러나 새로운 자원을 얻는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수월해짐에 따라,

플레이어가 자원을 채집하거나 생산해 볼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었죠.


잠시 신규 자원을 통한 연구 포인트 획득 시스템을 삭제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지만,

이는 교역소로 인해 게임에 너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 섣부르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느 순간 연구 포인트로 인해 게임 진행이 막혀 답답해져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죠.

이 현상을 방치해도 괜찮은지,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있을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교역소의 모습! 판매 물품이 잘 안 보여 교역소의 크기도 2배로 커지게 되었다 



교역소가 본래 추가 취지에 맞는 역할만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정표


이정표 시스템은 평소 <래트로폴리스>를 즐겨오신 한 유저의 메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되었습니다.

이분은 <래토피아>의 번영도 보상을 다른 게임의 ‘유물(아티팩트)’들처럼 특별하고 다양하게 만들면,

매 판마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적절하게도 <래토피아>는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게임이고,

높은 난이도와 잦은 업데이트로 인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해서

이번 기회에 이 분의 의견을 검토하여 적극 반영해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기존의 번영도 보상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번영도 5단계 이후부터는 도시의 최대 시민 수 제한이 늘어나지 않아,

번영도를 더 높여도 적들만 더 강해질 뿐 도시에 큰 이점이 없었습니다.

이참에 번영도별 시민 수 상한치를 재조정하여 후반부에도 최대 시민 수가 증가될 수 있게 변경하고,

플레이어가 보상을 선택하게 하여 새로운 방향의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게 만들면 일석이조일 것 같았죠.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 방향에 변화를 제공한 매력적인 게임들 



이정표 시스템은 각 번영도가 상승 단계마다 정해진 3가지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번영도 2에 도달하면 다음과 같은 보상들이 선택지로 제공되었죠.


- 최대 시민 수와 시민 확보 속도가 증가해 초반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확장의 길’

- 시민들의 채집 속도를 영구적으로 높여, 식물 채집을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채집의 길’

- 새로 이주해오는 시민들의 능력치와 성장 속도가 늘어 후반으로 갈수록 전체 능률이 좋아지는 ‘교육의 길’


하지만 이같이 번영도 단계별로 이정표가 고정된 보상 방식은 높은 번영도의 보상을 설계하기가 어려웠는데요.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어의 번영도에 따른 발전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정표 선택지 보상으로도 불필요한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플레이어가 전력을 사용하기 전에 전력과 관련된 이정표가 등장해 전력 사용을 유도하고 싶었는데,

이를 선택할 시점에는 이미 전력 단계까지 발전을 마칠 정도로 앞서나갔거나, 너무 뒤처졌을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죠.

이는 이정표 시스템이 앞으로의 플레이의 변화를 주기 위해 동작하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도시의 운영 방향을 좀 더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도달한 번영도(2, 3, 4 / 5, 6, 7 / 8, 9)에 따라 등장할 수 있는 이정표들을 묶어,

각 묶음에서 무작위로 뽑힌 3개의 이정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습니다.

여기에 원하지 않는 이정표가 등장했을 때 일정 횟수까지는 이를 교체할 수 있는 새로고침 기능을 추가하여,

불필요한 이정표가 등장했을 시 발생하는 아쉬움은 덜어내면서도,

원하는 이정표가 등장했을 시 발생하는 즐거움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정표를 선택할 때 시각적으로도 좀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본 시안들 



이정표 효과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고민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했는데요.

도시의 운영 방향을 변경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기획했었지만,

게임 플레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기능들은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해져 제공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었지만,

기존 시스템에서 수치 조절 외에 많은 변화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었지요.


기존 시스템에서 파생된 기능들만으로는 아쉽게 느껴졌지다 보니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보았었는데요.

각 이정표마다 상위 등급들과 등장 조건을 추가하여, ‘채집의 길 Lv.1’을 선택하면 이후 ‘채집의 길 Lv.2’ 이정표가 등장하도록 하거나,

같은 이정표를 여러 번 중복 선택할 수 있게도 하여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식을 테스트해 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이는 이정표 등장 방식에 무작위성이 짙다 보니 상위 등급 이정표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큰 허탈감이 발생했고,

초반에 정한 도시 운영 방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상위 단계나, 중복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개별 이정표들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었지요.



누적된 치안의 길 효과로 인해 초고속으로 범죄자들을 잡아오는 경찰쥐들 



우선은 조절 가능한 수치들을 크게 제공하는 것으로 경험 변화와 재미를 제공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테스트할 때 이정표 선택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더욱 즐겁게 플레이를 하였지만,

저의 욕심인지 기존 플레이 방식과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신선한 보상은 부족한 것 같아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도 이정표 효과에 대한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고 추가하고 있으니,

이정표 효과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겨진 여러 피드백들과 아이디어들을 살펴보고 적용을 해 나아갈 계획인데요.

유저분들 의견 중에 침략해온 적 처치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관련 내용들도 소개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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