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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피아 개발일지 #35 - 종교 시스템 : 정화교

Cassel
2025-02-01
조회수 361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이번에는 저번 편에 이어서 정화교에 대한 내용들과 개발 중 고민했던 것들을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화도 내용이 길어서 가볍게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래토피아>식 유머를 좀 섞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정화교


정화교는 태양을 섬기는 종교 집단으로, 사망한 시민에게서 피어나는 정화꽃을 활용해 정령을 부립니다. 

암흑교의 비밀스러운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정화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포교 활동을 하며, 

시민들이 정화교의 고위신전을 찾아오게 만든 뒤 신앙을 심어버리지요. (폭력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정화교의 개종 방식은 암흑교와는 다르게 설계하여 플레이 경험에서 차이를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정화교의 교주로 임명한 시민이 직접 시민들을 찾아가 개종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구상했는데요. 

그러나 이 방식은 도시가 커지고 시민들이 빨라질 수록 교주가 허탕만 치게 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교주가 위치한 고위신전으로 찾아와서 신도가 되는 방식으로 선회하였는데요. 

이 방식은 암흑교처럼 우상 근처에 위치한 시민에게 종교관을 몰래 소매넣기하는 방식보다는 정직해 보였죠.


정화교 한자리 남았습니다. 456번 시민님 올라오세요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려니 몇 가지 시스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종 능력을 교주의 능력과 크게 연결지어, 교주가 정화교 성장의 중심이 되게끔 하고자 하였습니다.

교주를 잘 키우고, 효율적인 동선 관리를 해준다면 도시를 쉽게 정화교로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암흑교가 시민들이 밀집하는 구역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신도 확보에 용이한 방향이었다면, 

정화교는 특정 시민에 집중하는 방식을 통해 신도 확보가 용이해지게 만드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은 시민들이 고위신전에 방문하는 방식에서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결국 시민들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교주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효과가 드러날 수 없었죠.


따라서 시민들이 어떤 조건에서 고위신전에 방문하게 할 지를 정해야 했는데요.

그러나 고위신전에 사용할 수 있는 조건들이 거의 없어서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선 다른 서비스 건조물처럼 재미, 위생 등 특정 욕구가 부족할 때 방문하게 하는 방식은 이상한 전략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정화교 신도를 늘리기 위해 다른 서비스 건조물들을 일부러 없애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죠.

그 외에 체력이 떨어져있거나, 행복도가 낮은 상태일 경우 찾아오는 조건 등도 떠올려 보았으나,

이런 조건들은 시민들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에 부딪혔지요. 


여러 고민 끝에 시민들이 작업 전에 고위신전을 이용할 수 있으면 방문하는 형태로 결정하였는데요.

이렇게 초기 구상에서 변경을 거치며 결정된 조건과 방식은 결국 암흑교의 성소와는 별로 다를 게 없게 되버리는 결과를 낳았죠.

좀 더 차이점을 제공해주고자 방문한 시민들에게 개종 이외에 부가 효과를 더해보기도 하고, 

시민들이 고위신전을 이용하는 시간을 대폭 늘려보기도 하였는데요.

그러나 이 같은 수정들도 결국 결과만 살짝 바꾸는 정도이지, 과정 자체를 변화시킬만한 수정은 아니였습니다.

그렇게 정화교의 첫 건조물인 고위신전은 플레이 경험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로 마무리되었죠.




정화교도를 늘리는 메커니즘은 암흑교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영혼 대신 정화초라는 자원을 활용하게 하였습니다.

정화초는 무덤에서 자라나는 독특한 자원으로, 이를 통해 더 많은 정화교 건조물들을 건설하고 신도 수를 늘릴 수 있죠.


저 같은 초보 지도자분들은 도시를 건설하다가 의도치 않게 많은 시체와 무덤을 만들게 되는데요.

개발 초기부터 이런 무덤들을 단순히 방치하는 대신, 주술사 테마와 엮어 어떻게든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내 수액채취소처럼 무덤 근처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건조물을 건설하고,

그곳에 배치된 시민이 시체가 매장된 무덤으로부터 일정 시간마다 자원을 얻는 구조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방식의 설계는 구현 난이도가 높아서 게임 내에 적용하기 어려웠고,

오랜 고민 끝에 기존 텃밭 시스템을 활용한 건조물인 무덤밭을 대안으로 떠올리게 되었죠.

무덤밭은 시체 매장이 가능한 텃밭으로 매장된 시체가 있을 경우에만 정화초가 자라나게 한다면,

초기 의도했던 효과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죽어서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너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볼게


정화초는 시체가 필요한 만큼, 재배 난이도는 낮아지는 방향으로 조정이 거듭되었습니다.

먼저 정화초는 정화초 씨앗을 심는게 아닌, 꽃 씨앗을 심어서 재배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요.

이는 정화교의 핵심 자원인 정화초를 발견 하지 못해 막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시체가 많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덤밭을 통해 도시가 재기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아무래도 도시 곳곳에 시체가 넘쳐나는 상황이라면 정화초를 찾으러 도시를 떠날 여유는 없을 것 같았죠.


또한 식물인 정화초가 겨울에는 자라지 않아 겨울에는 정화교 확장이 막히는 현상도 예외 처리를 했습니다.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릴 필요 없이 시체가 매장된 무덤밭이라면 겨울에도 정화초가 자라날 수 있게 한 것이죠.

아울러, 시체가 없더라도 정화초가 조금씩 자라날 수 있게 하여 조건을 완화하자는 의견도 반영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도시 관리를 잘한 플레이어가 굳이 시체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죠.



이렇게 정화초의 재배 난이도가 낮아진 만큼, 초기 의도했던 시체를 활용한 그림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되었는데요.

플레이어들이 소수의 무덤밭에 시체를 매장하여 알뜰한 규모로 운영하기 보다는,

도시 한 켠에 대규모의 무덤밭 농장을 지어 놓은 뒤 시체 없이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했지요.


이러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무덤밭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였는데요. 

정화초가 다 자랐는데도 수확하지 않고 방치하면 깃털 풍뎅이라는 해충이 나타나 정화초를 갉아먹게 한 것이죠.

이렇게 대규모 무덤밭을 운용하려면 그에 준하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지게 되었고, 

무조건 큰 규모로 무덤밭을 건설하는 것이 정답이 되지는 않게 만들고자 하였죠.


정화초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풍뎅이들



이렇게 생성된 정화초는 정화공방에서 가공되어, 여러 종교 건조물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중에서도 위생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위생을 공급하며, 일정 확률로 정화교로 개종시키는 정화소와 

정화교 신도들이 모여 신앙심을 채우는 예배당이 대표적인 정화교 확장 건조물이지요.


기도는 마음의 빨래입니다. 걱정과 고민을 비누처럼 문질러 씻어내세요.



예배당은 특정 시간마다 주변 정화교 신도들이 모여서 예배하는 무인 건조물입니다. 

처음에는 지도자가 직접 설교를 하고, 그 동안 신도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건조물로 구상하였습니다.

<Cult of the Lamb>처럼 시민들이 모여서 찬양하는 장면이 이번 테마에서 빠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죠.

시스템적으로는 기존 종탑 건조물의 시스템을 활용해 주변 신도들을 모은 뒤, 효과를 부여하는 방식을 구상하였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반복적으로 사용해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건조물은 관리 게임의 본질과 맞지 않았고,

반복 빈도를 낮추고자 주기를 늘리자니 사용 가능 시점에 대한 안내가 중요해지면서 복잡성이 증가해버렸는데요.

그래서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하는 효과는 미미하게 하여 연설대라는 건조물로 분리하여 개발할 필요가 있었고, 

예배당은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신도들이 알아서 모이고 신앙심을 충전하는 건조물로 수정되었죠. 


이번 주 설교 주제는 좋은 이성친구를 만나는 방법입니다.


정화교를 확장하는 방법은 건조물 말고도,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존재합니다.

아직 종교가 없는 시민들이 정화공방에서 생산하는 성찬을 먹고 정화교로 개종되게 만들거나, 

정화교 신도들이 생필품인 꿈잡이와 성물을 사용하게 만들어 신앙심이 오래 지속되게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자원들은 생산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상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공간적 배치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게 설계하였습니다.


교주님, 암흑교가 성찬을 다 털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성전을!



이외에도 아예 외부에서 정화교 신도를 데려오거나, 도시 내에서 신도를 낳는 방법도 있습니다.

구빈소는 추가적인 정화교 시민을 공급해주는 건조물로 도시의 시민을 빠르게 늘려주는 건조물인데요. 

이를 활용해 질병이나 침략으로 인해 시체가 가득한 도시를 빠르게 복구하거나,

새로 추가된 제단 건조물과 연계하여 시민을 도시에 이로운 효과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신앙과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특한 건조물이죠.


다만, 구빈소에서 등장하는 시민들은 빈털털이로 등장하게 하여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데요.

이는 단순히 시민을 공급 받는 것을 넘어서 플레이어가 이들을 어떻게 구휼할지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자 했지요.




결혼기념비는 두 시민을 결혼 시켜 부모의 특성과 종교를 가진 아기를 낳게 해주는 건조물입니다.

그러나 태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화교를 번식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결혼은 플레이어가 직접 결혼 대상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기념비 근처에서 동시에 자는 시민들이 일정 확률로 결혼이 되게 하였는데요.

이는 플레이어가 결혼기념비의 위치를 고려하며 도시의 설계를 고민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잘못 설계할 경우 엉뚱한 커플이 탄생하는 등 다양한 결과들이 작은 웃음 포인트로 회자될 수도 있기를 바랐지요.


몰래 들어온 암흑교도와 결혼이라니! 난 이 결혼 반대일세..


빽빽한 도시 중심지에서 가족 공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래서 어렵게 결혼한 시민들에게는 행복도를 보너스로 제공해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미 결혼한 시민들의 결혼기념비를 철거해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결혼기념비를 철거할 경우 결혼 효과와 행복도 효과가 사라지도록 설계해야 했지요.



결혼만으로도 결혼기념비의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결혼기념비의 본래 목적은 시민 번식이었습니다.

많은 유저분들이 오랫동안 번식 시스템과 특성 조합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었고,

이번 업데이트 때 어떻게하면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보게 되었죠.


결혼기념비에서는 결혼한 시민이 있을 경우 “자식 갖기” 버튼을 통해 아기쥐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출산률이 지도자의 손가락에 달려있다는 점이 조금 부자연스럽긴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쥐들이 무한히 증식해 도시와 플레이어의 컴퓨터가 마비될 가능성이 있었죠.


초기에는 이주민을 받는 것과 동일하게 아기쥐가 일반 시민으로 생성되어 바로 작업을 할 수 있게 구상했습니다.

아기쥐의 성장과 관련된 연출들을 추가하면 물론 좋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버그들이 많이 걱정되었지요.

아기쥐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성장 시간을 길게 만들 수는 없어, 개발 효용성도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모만한 크기의 수염이 덥수룩한 쥐가 응애~하며 나타나는 것은 상황은 어색하기 그지없었고,

연출적인 즐거움과 자연스러움을 위해 아기쥐의 성장 연출도 추가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아기쥐의 성장 기간동안 발생하는 수많은 버그를 수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지만,

대신에 플레이어들이 귀여운 아기쥐의 성장을 지켜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죠.


아기쥐가 징집도 되고 반란도 일으킬 수 있었던 슬픈 버그. 어서와, 래토피아는 처음이지?



이렇듯 정화교는 암흑교가 초라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종교를 확대할 수 있는데요.

암흑교 신도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요소들도 추가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증가한 정화교도들은 교리를 통하여 단순노동에 특화된 교리 보너스들을 얻게 됩니다.

정화교의 보너스는 암흑교와 달리 근력, 이동속도, 채광/채집 작업효율이 증가하게 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시민의 직업 성격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종교를 선택하도록 설계하였죠.

또한 정화교는 정화교도를 대상으로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건조물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화교도들은 동물 사냥이나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병사로 활약할 때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투토템을 이용하면 병사들의 공격력이 살벌해진다



정화교의 병종들은 이미 동일한 테마인 전쟁의 사원 병사들이 있어 새로이 작업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정화교의 자원을 활용해 소환할 수 있는 수호령을 추가해보기로 하였죠.


수호령안식처는 정화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해금되는 건조물로,

시민이 수호령안식처에서 작업하는 동안 거대한 수호령이 소환되어 도시를 지켜주는 건조물로 구상했었습니다.

따라서 전투 발생 시점에 맞춰 시민이 작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관리 요소로 설계되었죠.


초기 설계 단계에서 수호령은 기존 병사들과는 견줄 수 없는 강력한 한 방의 위엄을 보여줄 수 있지만, 

수호령 안식처는 한 채만 건설이 가능하게 제한하여 정화교의 상징적인 건조물로 만들고자 했는데요.

그러나 수호령의 속도가 너무 느려 적들을 놓치는 우스운 장면이 발생할 수 있었고,

시민이 전투 발생 시점에 맞춰 작업하게 만드는 것도 난이도가 높아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활용 방법에 따라 고점과 저점의 폭이 너무 커서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방어 성능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죠.


결국,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대대적인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시민을 배치할 필요 없이 상시 가동되는 건조물로 변경되었고, 

수호령의 능력치 또한 낮추는 대신 수호령안식처를 여러 채를 건설할 수 있게 조정하였죠.

이러한 조정을 통해 비록 위엄은 줄어들었지만,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어 수단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최전선에 배치하면 수호령이 안식을 취할 수 있으려나?



정화교의 모든 건조물들은 구현 과정에서 정말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소개드린 내용 외에도 종교 갈등 요소나 이단심판관 등 흥미로운 컨셉들도 있었지만,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쉽게도 제외되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듬은 결과 지금의 알차고 다양한 건조물들로 구성할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아 정화교에 어울리는 건조물들을 조금 더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매력적인 아이디어는 언제든 환영이오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신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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